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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비트 구형 노트북에 데비안 설치

간만에 쓸데없는 짓을 좀 해봤다. 삼성 센스 X50 구형 노트북에 데비안을 설치했다. 요즘 주류 리눅스 배포판들은 32비트 컴퓨터를 지원하지 않는다.

하드웨어

Samsung Sens X50

  • CPU Intel Pentium M 1.6GHz (32bit i686)
  • GPU ATI Radeon X600
  • RAM 2GB
  • HDD 80GB (IDE)
  • 무게 2.4kg

설치

설치하는 과정부터가 큰 난관이었다. 데비안은 공식적으로 자유 소프트웨어로만 구성된 설치 이미지를 배포한다. 그런데 센스 X50에서 사용하는 이더넷 카드의 드라이버는 자유 소프트웨어가 아니라서 네트워크 설정을 하지 못했다. 이것 때문에 운영체제 설치 후반에 데비안 미러 사이트를 설정하지 못해서 설치를 중단해야 했다.

netinst라는 접미사가 달린 설치 이미지가 있었다. 크기가 500MB 보다 작은데, 이것을 사용하지 말아야했다. 운영체제에 필요한 패키지를 구형 노트북으로 다운로드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데비안 미러 사이트를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 운영체제 설치를 중단해야하기 때문이다.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비자유 소프트웨어를 추가한 데비안 설치 이미지가 있다. 이것을 사용해야 했다.

사용

데비안 설치를 완료하고 컴퓨터를 시동하는데 몇 초 있다가 대기모드로 돌아간다. 운영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서 여러번 다시 설치했다. 심지어 다른 리눅스 배포판(아치 리눅스)을 설치해봤지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GRUB 설정 파일을 다음과 같이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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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 /etc/default/grub
sudo nano /etc/default/grub
GRUB_CMDLINE_LINUX_DEFAULT="button.lid_init_state=open"

# update grub
sudo update-grub

button.lid_init_state=openGRUB_CMDLINE_LINUX_DEFAULT에 추가해줬다. 커널 설정값이 하드웨어와 맞는 않는 부분이 있다고 대충 이해했다.1

KDE 플라즈마 데스크탑 환경을 설치했다. X11에서 돌아간다. Wayland에서 돌아가는지 궁금했는데 너무 오래된 하드웨어라서 지원하지 않는듯 하다. 생각보다 램 사용량은 많지 않았다. 운영체제가 하드디스크에 설치되어 있어서 반응이 느린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파이어폭스를 설치했다. apt install firefox가 안된다. 찾아보니 firefox-esr을 설치해야 했다. ESR은 Extended Support Release의 약자였다. 무슨 차이가 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firefox-esr 대신에 한국어를 지원한다고 하는 firefox-esr-l10n-ko을 설치했다. 파이어폭스 인터페이스 언어가 한국어인 것은 아니었다.

유튜브 동영상을 재생해봤는데 CPU 사용량이 치솟고 화면이 끊겨서 정상적으로 사용하긴 어려웠다. 인터넷 환경이 과거보다 더 강력한 하드웨어를 요구한다. 당연하다.

업그레이드 고민

하드디스크를 SSD로 교체해보는 것은 어떨지 고민해봤다. 돈 낭비라는 결론을 내렸다.

  1. 전체적인 시스템이 너무 구리다. 32비트 컴퓨터로 생산적인 일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원하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2. 발열을 해결하기 위해서 서멀 그리스(thermal grease)를 교체해주어야 하는데 노트북을 분해조립할 자신이 없다.

  3. M.2 SATA to IDE 변환기 2만원, M.2 SATA SSD 256GB 3만원.

최소 5만원 정도가 들어가는데 차라리 그 돈으로 중고 노트북을 사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여담

발열과 팬 소음이 심했다. cpufrequtils을 설치해서 governor을 powersave로 설정해보기도 했는데, 이것 때문에 컴퓨터가 다운되어 버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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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t install cpufrequtils
cpufreq-info # 설정값 확인
cpufreq-set --governor ondemand # default
cpufreq-set --governor powersave
cpufreq-set --governor conservative

센스 X50의 기능키(FN key)로 에티켓 모드를 설정할 수 있었다. cpufrequtils를 사용하는 것보다 이게 더 직관적이었다. CPU의 최대 진동수가 800MHz로 제한되고 팬 소음이 줄어들었다.

결론

재미는 있었는데 구형 하드웨어가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정도로 뒤쳐저 버렸다는 사실을 인정해야하는 것은 아쉬웠다. 굳이 사용하겠다면 데스크탑 환경을 사용하지 않고 서버로만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큰 의미가 없다. OpenMediaVault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32비트 아키텍처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트프웨어가 많이 없다. 도커로도 할 수 있는게 많이 없었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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