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전자책을 구매하기 꺼려지는 이유

전자책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

바야흐로 2010년, 부모님이 아이패드를 사주셨다. 동영상 보기, 만화책 읽기, 웹서핑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했었다. 전자책을 읽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더 저렴했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전자책을 구매하려고 했다. 책꽂이에서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 것도 좋았다.

알라딘, 인터파크 두 곳에서 전자책을 구매했었다. 처음에는 인터파크를 이용했다가 알라딘으로 바꿨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2022년 2월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안내 받은대로 인터파크에서 구매한 책들을 북큐브로 이관했다. 북큐브를 통해서 구매한 전자책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전자책을 구매하는 것을 지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첫 번쨰 이유는 소비자가 전자책 파일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자책을 구매하는 행위는 엄밀하게 말하면 전자책 사용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전자책 파일은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서 암호화된 형태로 배포된다.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이 걸려있다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제공하는 방식으로만 전자책을 읽을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자책 서비스 업체가 망하면 인터파크처럼 다른 업체로 이관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자책이 소실되어 버리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데, 조금 더 비싸더라도 종이책을 구매해서 소장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인터파크에서 북큐브로 이관했다

인터파크의 책을 이관하면서 북큐브의 존재를 처음 알게되었다. 생각보다 전자책 서비스를 오랬동안 해왔던 플랫폼이었다.

인터파크에서 북큐브로 이관절차를 밟는 것이 불쾌했다. 인터파크가 전자책 서비스를 종료하는게 소비자 탓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이관되거나 소비자가 직접 이관절차를 밟는 것에 대한 적절한 배상이 이루어져야했다.

북큐브 어플리케이션을 구형 아이패드에서 사용할 수 없었다. 엄밀하게 말하면 어플리케이션 자체는 설치할 수 있었는데, 어플리케이션 버전이 낮아서 그런지 인터파크에서 이관된 전자책을 내려받을 수 없었다. 인터파크 전자책은 구형 아이패드에서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관 후에는 사용할 수 없게되어서 손해 본 느낌이었다.

구형 아이패드의 운영체제 버전은 iOS 9.3.5이다. 저장공간이 비워지지 않는 버그가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제는 영원한 안식을 허락하는게 나았다고 볼 수 있다.

이후로는 중고로 다시 팔더라도 종이책을 사서 읽는다. 요즘 e-ink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이북리더기를 구매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 인터파크에서 북큐브로 이관하던 것이 생각나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책이 비싸다

제본 방식을 양장본(하드커버, hardcover), 반양장본(소프트커버, softcover), 페이퍼백(paperback) 등으로 나누는데, 페이퍼백은 반양장본의 하위범주로서 두 용어는 동의어로 사용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페이퍼백은 크기가 작고 가벼운 종이를 사용해서 휴대성을 극한으로 올린 제본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책이 비싸다. 휴대하기 편하게 페이퍼백으로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는다.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절대적인 숫자가 적다. 저렴하고 휴대성이 좋은 책을 원하는 사람의 숫자는 더 적다. 혹자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그보다는 수요의 절대적 숫자가 적어서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개인이 페이퍼백을 제본할 수 있는 수단이 있으면 좋겠다. 구매한 책을 낱장으로 자르고 PDF로 스캔해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전자책을 원하는 크기의 페이퍼백으로 만들어주는 서비스가 생기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