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보이는 주식의 역사
TL; DR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읽어보기를 권함.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할 생각이 아니라면 소장하기 위해 구매하는 것은 추천하지는 않음.
저자
저자 윤재수는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를 비롯한 “XXX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를 썼다. 기술적 분석 방법에 대한 책을 냈을 만큼 차트를 분석해서 매도/매수 시기를 결정하는 것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책 곳곳에서 기술적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돈과 시간이 없는 보통 사람들이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하기 떄문에 주식시장을 기술적으로 분석하는게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술적 분석으로 주식투자에 접근하는 것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단정짓기에는 스스로가 기술적 분석에 대해서 아는게 많이 없다. 전업투자자가 아닌 이상 기술적 분석을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공부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뿐이다.
첨언하자면 보통 사람이 인생 말년에 경제적 자유를 얻기 위해서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고 믿는다: 1. 기업의 내재가치를 연구하는 가치투자, 2. 복리를 이용하는 장기투자 그리고 3. 저비용 다각화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는 지수추종투자.
비판
차트 해석
차트를 근거로 주장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91장 - 박스권 ‘덫’에 빠진 한국증시”에서 2011.08 부터 2019.12 까지의 코스피 지수 차트를 보여주면서 코스피 지수가 2000선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2017.01부터 2018.01 까지는 코스피 지수가 상승하여 2500선을 돌파하는 큰 변화가 있었다. 비록 2019.12 에는 2011.08 수준으로 돌아왔지만 적어도 제자리 걸음을 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렇다할 변화가 없었던 2011.08 부터 2017.01 까지의 기간만을 이야기했어야 할 것이다.
무역분쟁과 최저임금
“94장 - 미중무역분쟁과 일본과의 무역마찰로 코스피 하락”에서 저자는 2018.01 에서 2019.08 까지 이어지던 하락장의 원인을 두 가지로 진단했다: 첫 번째, 미중무역분쟁 때문에 수출이 부진했다. 두 번째, 반시장적 친노동정책으로 기업의 투자가 위축됐다.
첫번째 원인은 대체로 동의한다. 여기에 저자는 우리나라와 일본 간의 무역분쟁까지 겹쳐서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었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일본무역은 2000년 이후로 흑자였던 적이 없었고, 일본에서 수입하던 소재, 부품, 장비를 국산화하면서 일본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무력화했던 것을 떠올리면 일본과의 무역분쟁의 영향을 지나치게 과대해석한 측면이 있다.
저자는 최저임금을 급격하게 인상하는 것을 반시장적 친노동정책이라고 말한다. 상식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 자체가 반시장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저자의 주장을 확인하고 싶었다: 1. 무엇을 근거로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랐다고 판단하는가. 2.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오르면 기업은 과연 투자를 줄이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매년 최저임금이 어떤 비율로 상승했는지 숫자를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자료1에 따르면 2018년 최저임금은 작년 6470원에서 7530원으로 1060원이 올랐고 비율로 따지면 16.4% 상승했다. 이전에는 매년 7% 정도씩 올랐던 것과 비교할 때 2018년에는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비판을 수용하여 최저임금 상승률을 2020년과 2021년에 각각 2.82%와 1.5%으로 결정하여 최저임금의 연평균 상승률이 이전 수준과 같아지도록 조절했다.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기업에게 돌아가는 몫이 늘어나면 기업은 투자를 늘리고 노동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했을 뿐 엄밀하게 따져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낙수효과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는데, 아래서부터의 유동성 공급이 경제 활성화에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2와 IMF 보고서3가 있다. 주식시장의 역사와 경제정책을 조금 더 균형있게 해석하고자 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보충이 필요해 보인다.
남북경협
또한 “95장 - 성급한 남북경협 테마주”의 제목에서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저자의 의도가 어찌됐든 중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한데, 남북경협 자체가 성급하다고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남북경혐 가능성이 보일 때마다에 주식투자자들이 성급하게 대응한다고 말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러나 경협주 중에 … 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기업은 적자였거나 적자를 면하기에 급급한 기업이 많았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뒤따라오는 내용으로부터 유추하건데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 “성급한”이라는 표현을 굳이 꼬투리 잡을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조금 더 명확하게 표현하거나 “성급한” 이라는 표현은 없애는게 나았을 것이다.
장기투자
“63장 - 투자지표를 기준으로 한 성공 투자 사례”에서 2006.06 에 매수해서 2007.11 에 매도하여 상당한 시세차익을 얻은 것을 장기투자의 성공 사례로 제시한다.
주식시장을 기술적으로 분석하여 단기매매를 하는 사람의 관점에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2년도 안되는 기간에 주식을 보유하는 것을 장기투자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존 보글의 책을 읽으면서 장기투자라고 하는 것은 적어도 10년 이상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배웠기 때문이다.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것은 개인투자성향에 달린 것이기 때문에 저자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의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역사를 모아놓은 것으로 책의 목적을 다했다고 할 수 있겠다. 모든 경제지표와 정책을 합리적으로 해석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벌어진 굵직한 사건들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에도 옛날부터 코스피 지수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있었는지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지수추종투자로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는 찾을 수 없었다.
경제지표와 정책을 균형있게 해석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저자가 모르고 누락했든 의도하고 누락했든 이 부분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저자가 제시하는 정보와 해석을 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독자에게 달려있다. 하지만 저자가 경제지표와 정책을 조금 더 균형있게 해석했다면 단순히 역사적 사건들을 모아놓은 것에 의미를 두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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